저자: 가마다시게오(겸전무웅)
역자: 성법
출판: 도서출판 보련각
불기2533(1989)년 3월 20일 초판발행
불기2547(2003)년 4월 30일 재판발행
* 아래 글은 책머리에 올려진 것으로 직지사 조실스님이셨던 전관응 대선사의 격려사이다.
격려의 말
무릇 성직자, 종교인이라면 혼탁하고 불결한 마음을 깨끗이 하고 항상 언제 어디서나 지적 연찬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며, 나아가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규범을 실천해야 하는 책무를 갖는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
이번에 기신론을 옮겨 쓴 성법 비구니야말로 참으로 이 모든 것을 빠짐없이 실천궁행하는 진실한 성직자라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출가 후 한때 본인에게 경학을 수학할 당시 그 생활의 단면을 회상해 보면, 퇴계선생의 후손으로 어딘가 모르게 전통적인 한국 여성상을 충분히 이습한 여성으로 모든 행동거지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두뇌의 총명함이 또한 남달랐으니 그야말로 지덕을 겸비했다고나 할까. 속담에 ‘골이 깊어야 물이 맑다’는 옛말이 새삼 실감나게 하였으며, 앞으로 무엇인가 남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 짐작하였다.
그 뒤로 외국 유학, 중국불교계 최고승위 획득, 국제포교, 저서 등으로 분주히 활동한다는 말은 이미 듣고 있었으나 막상 이렇게까지 능력을 갖추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 못한 이 사람이 제자에 대한 예우가 결여됐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의 유명한 불교학자 가마다시게오 박사의 원저 대승기신론강화를 번역하였다기에 반갑기도 하고 한편 염려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근자에 많은 불서가 번역, 풀이 또는 창작되어 출판되고 있으나 기신론에 대해서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데 번역했다기에 반가웠으며, 염려스러웠던 점은 기신론이라면 화엄철학의 근간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승경전의 심오한 진리를 축소 설파한 경지 높은 논설이라 알고 있는데, 말하기는 쉬워도 이해하기 까다로운 기신론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섣불리 손대었다가 남의 빈축이나 받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였고, 또 저자가 너무나 저명한 분이라 만의 하나 그분의 정신에 위배되는 내용이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검토해 본 바 모두가 불필요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첫째, 저자가 극구 칭찬하여 흔쾌히 승낙한 친서로 보아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며, 또 본인의 침착한 성격과 지금까지의 수행역정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이 번역이야말로 그 모든 것이 잘 조화되어 이루어진 하나의 금자탑이라 생각되었다.
번역 내용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한다면, 원문내용을 충분히 이해가 되도록 표현하는 데 정성을 다한 것은 물론, 나아가 저자의 근본 정신에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없게 바르게 옮기고자 조심성 있게 한 자 한 구절마다 정성을 다하여 세심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 이 책에 내포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특징이라 하겠다.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사실은 이 강화가 한꺼번에 이루어져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판된 것이 아니고 월 1회 개강하는 강화 내용을 그때 그때 문자화하여 매월 발행되는 월간서적에 게재되는 것을 무려 4년에 걸쳐 수집하여 번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특색을 한 가지만 더 소개한다면, 저자 자신이 본론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연구차 우리 나라를 비롯, 중국 본토까지 현지 답사하여 역대로 기신론 연구에 저명했던 선사님들의 사실 기록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고증하였다는 것이라 하겠다.
말이 빗나간 느낌도 없지 않으나 저자, 역자의 대변이라 생각해 주시고 흔히들 하는 말에, 불교는 있어도 스님은 없으며, 불경은 있어도 아는 사람은 없다고들 하는데 이같이 금과옥조와도 같은 경서를 옮겨 펴내어 기성세대는 물론 후학들을 위해 경전연구에 다시없는 지침서가 되게 한 점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며, 이 경서야말로 길이 불멸의 양서로써 불자들의 경상을 떠나지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나아가 욕심을 더해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도 이 이상의 양서를 많이 출판하여 후학 계도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불기 2533년 초춘(초봄)
황악산인 전관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