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은 '심우'에 이어서, 수행자가 이제 소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을 그리고 있습니다. 운문사 오백전의 '견적'(사진) 벽화를 보면, 좌측 근경의 야트막한 언덕에 소를 찾는 동자가 오른손에 정진력을 상징하는 고삐를 들고 있으며, 왼손으로는 우측 숲길 사이로 보이는 소의 발자국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수풀이 있고 계곡 뒤로 멀리 원산(遠山)이 펼쳐져 있습니다. 점차 심우(心牛)의 자취를 보기 시작한 것을 소의 발자국에 비유하여 표현한 '견적'에 대한 게송을 감상해보겠습니다.
수변임하적편다 (水邊林下跡編多)
방초리피견야마 (芳草離被見也磨)
종시심산갱심처 (縱是深山更深處)
요천비공즘장타 (遼天鼻孔怎藏他)
물가 나무 아래 발자국 어지러우니
방초 헤치고서 그대는 보았는가?
설사 산 깊은 곳에 있다 해도
하늘 향한 그 코를 어찌 숨기리.
이 말은 “천지가 하나의 손가락, 만물이 한마디 말이며, 보이는 것마다 소의 발자국 아닌 것이 없고, 들리는 것마다 소의 울음 아닌 것이 없으며, 소를 가린 무성한 수풀조차도 실은 소의 자취이고, 소가 아무리 심산유곡에 있다 해도 하늘까지 닿는 그 기세를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하는 뜻으로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의 '심우'에서는 마음의 욕망을 가리켜 곧 우거진 숲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견적'에서는 풀밭[마음의 욕망]에서도 소의 발자국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금도 볼 수 없었던 발자국들이 어떻게 하여 보이는 것일까요? 그것들은 바로 내 앞에 있었습니다. 얼굴에 붙어 있는 코와 같이 항상 내 앞에 있었지요.
이에 대해서 『능가경(楞伽經)』 권3에는 “황금을 변화시켜 가지가지 모양의 것이 나타나지만 그것들이 황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한결같다. 일체의 성품이 변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고 비유한 구절이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또 화엄종의 현수법장(賢首法藏) 스님은 심우도 서문에서 발자국 모양은 한 가지만이 아니라 가지가지 있을 수 있으나 그 마음 즉 ‘소는 하나’라고 하였습니다. 풀밭에서도 소 발자국을 찾아볼 수 있다는 이 말의 의미는 사실 소는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었음을 말합니다. 왜냐하면, 소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죠. 소는 이미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선사들은 “찾는 자가 찾는 그것이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교범의 가르침에 의해 선학과 그 뜻을 알고 가르침을 살펴서 심성의 자취를 깨닫는, 아직 깨달음의 문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제 겨우 심성의 자취를 깨닫는 단계를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