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사 대웅보전 외벽화(1): 팔상도(八相圖) I>


(※ 남한산성 망월사의 대웅보전과 극락보전의 외벽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탄생과 고행, 깨달음 과정을 비롯해 불교적인 설화와 상징이 그려져 있습니다. 법당을 찾아 오시는 방문객이나 불자님은 물론 우리 망월사의 신도님들 조차 무심히 지나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법당외벽을 뚫고 나오는 법음과 가르침을 놓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팔상도(八相圖)는 석가모니불의 일대기를 압축 묘사한 불화를 말합니다. 팔상은 성도(成道)가 으뜸이라 하여 팔상성도(八相成道)라고도 하고, 한자로 팔상성도(八相聖道)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팔상도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석가모니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나투셨던 모습들을 여덟 가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팔상도는 대개 《불본행집경 佛本行集經》설을 참고로 하였고, 《법화경》의 그 사상이 많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1.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

도솔천에 있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인 호명보살이 마야부인의 옆구리로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대웅보전 우측 외벽/사리탑쪽 출입구 위)


인간 세상에 여러 번 내려갔던 금단천자(金團天子)는 호명보살에게 가비라성 석가족 정반왕(淨飯王)의 아들로 태어날 것을 권했습니다. 이에 호명보살은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갔습니다. 낮잠을 자던 마야부인은 여섯 이빨을 가진 코끼리가 금으로 이빨을 단장하고 허공을 날아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꿉니다. 마야부인은 신기한 꿈의 이야기를 정반왕에게 이야기합니다. 정반왕은 바라문을 불러 꿈의 의미를 물으니, "마야부인이 낳을 아들은 삼계에서 더없이 높은 어른이 됩니다."라고 하여 기뻐하였습니다.


2.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부처님의 탄생을 그린 장면입니다. (대웅보전 사리탑쪽/우측 외벽과 뒷벽 좌측 첫 번째 위)


마야부인은 출산을 위해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마야부인은 친정으로 향하는 길목인 룸비니의 무우수 나무에 이르러 출산합니다. 나뭇가지를 잡고 선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태자는 태어나자 마자 일곱걸음을 걸었고, 일곱 발자국에서는 연꽃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을 땅을 가리키고,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를 외칩니다. 그러자 용 아옵마리가 감로수를 부으며 태자를 목욕시키고, 천인들이 나타나 비단옷으로 태자를 입혔습니다.


3.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태자로 태어난 부처가 네 성문 밖에서 늙음, 병듬, 죽음과 수행자를 목격하는 장면입니다. (대웅보전 뒷벽 좌측에서 두 번째 위)


싯다르타 태자가 화려한 마차를 타고 시종들의 호위를 받으며 카필라바스투 궁전의 동문을 나섰습니다. 그 때, 정거천인(淨居天人)이 어린아이에게 부축 받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으로 변신하여 태자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태자는 노인의 추레하고 볼품없는 모습에 대해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다 그렇게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남문을 나섰습니다. 남문 밖에서는 정거천인이 돗자리 위에 누워 가족의 시중을 받는 피폐하고 마른 병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태자는 병자를 마주하고, 인간이 병드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서문을 나섰습니다. 서문 밖에서는 작병천자(作甁天子)가 시체로 변하여 태자 앞에 나타났습니다. 태자는 시종에게 저 시체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죽어서 저렇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북문을 나섰습니다. 북문 밖에서는 정거천인이 지팡이를 들고 출가한 사문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자는 시종에게 이 사람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정거천인은 시종의 입을 빌어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사문은 모든것을 다 버리고, 수행과 명상을 통해 해탈을 구하고, 중생을 구하려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이와같은 경험을 통해 싯다르타 태자는 출가를 결심하게 됩니다.


4.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29세가 되던 음력 2월 8일, 태자는 출가를 결심하고 말을 타고 야반에 도주합니다. (대웅보전 뒷벽 중앙 위)


싯다르타 태자는 수행자를 만난 후, 출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반왕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정반왕은 왕손을 얻기 전까지는 허락할 수 없다하여, 태자는 이웃 나라 공주인 야쇼다라 공주와 결혼합니다. 태자는 곧 아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출가를 하고 싶었던 태자는 아들의 이름을 장애라는 뜻을 가진 '라훌라'라고 지었습니다. 정반왕은 아내와 자식까지 얻게된 태자가 마음을 돌려 정착하기를 바랬지만, 태자는 출가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밤낮으로 유흥을 제공하였다. 오히려 태자는 더욱 출가를 꿈꾸게 되었다.

태자의 나이가 29세가 되던 음력 2월 8일 밤, 자신이 좋아하던 백마 칸타카를 타고, 마부 찬다카와 함께 성을 나섰습니다. 왕궁이 멀어지자 말과 마부를 돌려 보냈습니다. 이어 태자는 머리를 깎고, 수행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수행길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