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 나라 때 어느 가난한 농부의 아내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던 이야기입니다. (대웅보전 사리탑쪽/우측 외벽 아래)
당 나라 때의 일입니다. 큰 가뭄으로 가흥현(嘉興縣)의 땅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졌습니다. 이대로 가뭄이 계속되면 흉년이 될 판이라 사람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약간의 농토만 가지고 있거나 남의 땅을 경작해 주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걱정은 더욱 컸습니다. 그들 가운데 호(胡)씨라는 농부는 어머니마저 병석에 누워 계신지라 그가 느끼는 고통은 말로 다할 수가 없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들판에서 나물을 캐다가 이웃과 다투게 된 호씨가 옥에 갇히게 되자 남은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나물을 캐러 들판을 돌아다니던 호씨의 아내가 산 쪽에서 어떤 형상을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형상은 폭포 옆에 있는 바위에 앉아서 폭포를 감상하고 있는 관세음보살이었습니다. 보살은 한가로운 모습이었지만 충분히 위의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호씨의 아내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지랑이 속에서 헛것을 봤다고 생각한 호씨의 아내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다시 시선을 땅으로 돌려 나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호씨의 아내는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가 먼지 나는 밭과 말라붙은 여울 사이에서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호씨의 아내가 가까이 가서 보니 땅에서 반쯤 나와 있는 법상(法像, 불보살의 조각상)이었습니다.
즉시 법상을 캐낸 호씨의 아내가 흙을 털어내고 보니 관세음보살의 모습이었습니다. 법상은 하얗고 빛나는 유리기와로 만들어졌는데 그 모습이 아주 정교했습니다.
이에 보살의 얼굴을 자세히 보던 그녀는 얼마 전에 아지랑이 속에서 본 그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낀 그녀는 관세음보살상을 근처의 절로 모셨습니다.
그때부터 호씨의 아내는 매일 시간을 내어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향을 피우고 정성을 다해 절을 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여전히 비는 오지 않았지만 관음성 상이 나타난 곳에서 물이 솟아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물은 마치 폭포가 떨어지는 기세처럼 솟아났는데, 옆에 있는 말라붙은 여울을 채우고 흘러가더니 가흥현을 가로지르는 강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들리는 물소리를 듣고 몰려나온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저마다 물길을 내어 자신들의 논과 밭에 물을 댈 수 있었습니다. 물은 가흥현의 모든 농토를 적실만큼 충분했습니다.
호씨의 아내와 관세음보살에 관한 이야기가 퍼지자 가흥현의 사람들은 호씨의 아내가 모신 관세음보살을 낭(농)견관음, 혹은 관폭관음(觀瀑觀音)으로 불렀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여유를 찾아서인지, 아니면 호씨 부인의 공로 때문인지 호씨도 무죄로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관세음보살님의 덕분이라고 여긴 호씨의 가족들은 더욱 열심히 낭견관세음보살을 찾았습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가을이 되자 그해 농사는 대풍년이 되었고 호씨의 가족도 점점 형편이 나아져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낭견관음(瀧見觀音)의 낭견은 ‘여울을 봄’이라는 뜻입니다. 삼십삼체관음(三十三體觀音) 중의 한 분입니다. 33체 관음신앙은 예로부터 성행했습니다. 상호는 다양하고, 그 공덕은 <보문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