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망월사 극락보전 외벽화, 심우도(尋牛圖): 소를 찾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작성일자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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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사 극락보전 외벽화, 심우도(尋牛圖): 소를 찾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망월사 극락보전 외벽에는 소와 동자가 있는 그림이 좌,우를 기준으로 뒷벽에 빙 둘러져 있습니다. 이 그림을 불가에서 심우도(尋牛圖)라고 부릅니다.

심우도에서 소의 상징은 참생명, 참나, 그 자체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소를 찾는다고 함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신행자를 이끄는 것이죠.

심우도는 선(禪)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도해한 그림으로 10단계로 하고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하는데 우리 망월사 극락보전 외벽에는 처음 3단계는 생략하고 7단계로 축약해서 그려졌습니다.

이 선화(禪畫)는 자신이라고 하는 존재자의 비소한 내면에서 세계 일주를 하는 것처럼, 마음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계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일상생활의 가까이에 있는 동물인 소를, 자신(자기)에 비유해 자신 찾기를 하는, 이른바 '기사규명(己事究明)'의 여러 상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소는 우리 불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동물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름은 고타마 싯달다(Gotama siddahartha)인데, 고타마(gotama)를 산스크리트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go’는 ‘牛’, ‘牛王’, ‘水牛’의 뜻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tama’가 붙으면 최상급이 됩니다. 즉, 고타마는 ‘최고의 우왕(牛王)’이라는 뜻으로 ‘가장 좋은 소’, ‘거룩한 소’란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4세기 말에 번역 제작된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의 목우품(牧牛品)에는 부처가 열한 가지 소 치는 법을 수행자에게 적용시켜 소를 다루는 일이 수행자에게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은유는 제자들을 인도하기 위한 선승(禪僧)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선승의 어록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그리고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1158~1210)의 호가 소를 기르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목우자(牧牛子)인 것과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이 말년에 심우장(尋牛莊)으로 거처의 이름을 지은 것 등도 우리 불교에서는 소가 내 마음, 즉 불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심우도에 등장하는 소는 선(禪) 수행의 상징으로, 그것은 법성 진여로 묘사되는 ‘마음의 소(心牛)’를 표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는 마음이고 마음은 소이기에 마음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십우도와 곽암(廓庵)의 십우도 등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 가지가 함께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곽암이 저술한 『십우도송(十牛圖頌)』으로 잘 알려진『정주양산곽암화상십우도송병서(鼎州梁山廓庵和尙十牛圖頌幷序)』라는 문헌에 근거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법화경』에서는 삼거(三車)라고 하여 양거(羊車), 녹거(鹿車), 우거(牛車)를 각각 성문승(聲聞乘), 연각승(緣覺乘), 보살승(菩薩乘)에 비유하였는데, 소에 비유한 깨달음을 구체화하여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곽암화상의 십우도입니다.

보명의 것은 소를 길들인다는 뜻에서 목우도(牧牛圖)라고 한 반면, 곽암의 것은 소를 찾는 것을 열 가지로 묘사했다고 하여 십우도라고 한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곽암화상은 ①심우(尋牛), ②견적(見跡), ③견우(見牛), ④득우(得牛), ⑤목우(牧牛), ⑥기우귀가(騎牛歸家), ⑦망우존인(忘牛存人), ⑧인우구망(人牛俱妄), ⑨반본환원(返本還源), ⑩입전수수(入廛垂手)의 10가지의 과정을 통해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단계별로 표현하였습니다.

우리 망월사 극락보전의 외벽에는 심우, 견적, 견우의 단계는 생략되고 네 번째인 득우의 단계부터 그려져 있습니다. 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에 비유되는 소를 찾기 위해서 산중을 헤매다가 마침내 소를 발견하는 장면까지를 생략하고, 극락보전의 좌측 벽의 소를 막 붙잡는 장면부터 길들이는 장면, 집에 돌아오는 장면, 원상(圓相), 적막한 산수풍경, 속세로 나가는 장면 등이 펼쳐집니다. 앞으로 전반적인 심우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망월사 극락보전 외벽에서 생략된 심우, 견적, 견우를 포함해서 열 가지 각 장면의 상황과 상징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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