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의 그 첫 번째로 '청도 운문사 오백전' 외벽에 그려진 '심우'를 보겠습니다.
'심우'는 발심 수행자가 소를 찾으러 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즉 수행자에게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원성(圓成)인데, 마음의 소[心牛]를 잃어버린 뒤 그것을 찾으러 나선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이를 곽암화상의 게송과 함께 일반적인 해설을 곁들여 읽어 보겠습니다.
망망발초거추심 (茫茫撥草去追尋)
수활산요로갱심 (水闊山遙路更深)
역진신피무처멱 (力盡神疲無處覓)
단문풍수만선음 (但聞楓樹晩蟬吟)
아득히 펼쳐진 숲을 헤치며 찾아 나서니
물 넓고 산 먼데 길은 더욱 깊구나.
지치고 힘없어 갈 곳 찾기 어려운데
단지 들리는 건 늦가을 단풍나무 매미 소리뿐.
다시 말해서 “수풀 우거진 광활한 들판을 헤쳐나가는 것처럼, 길도 없는 산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본성을 찾는 건 아득하기만 합니다. 엄습해 오는 절망과 초조감, 들리는 건 처량하게 우는 늦가을 해질녘의 매미 소리뿐!” 이 말은, 우리의 청정한 자성을 찾는 길은 차라리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좌절감에 사로잡히는 순간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스승들은 바로 그 순간이 오히려 진정한 탐구의 시작이었음을 체험을 통한 지혜로 일러줍니다.
그래서 심우도에 그려지는 주인공은 동자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운문사 오백전의 '심우'(사진) 벽화는 이를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나오는 선재동자[善財童子·南巡童子]와도 의미가 상통됩니다. 즉 본질적인 것과는 무관한 많은 알음알음으로 가득 채워진 어른의 모습이 아닌 사춘기의 소년과 같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면서 과거로부터의 구속감이나 선입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오롯하게 탐구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강조하기 위하여 동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또한 동자가 쥐고 있는 고삐는 정진력을 상징하며 수풀이나 깊은 자연경관의 표현은 우리가 욕망으로 인해서 소[本性]를 잃어버린 곳임을 게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처음 수행을 하려고 발심한 수행자가 아직은 선이 무엇이고 본성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찾겠다는 열의로 공부에 임하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