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에 이어 청도 운문사 오백전 심우도 중 세 번째인 '견우' 벽화를 역시 곽암화상의 게송과 그에 대한 해석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견우'는 동자가 멀리 있는 소를 발견한 것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이는 오랜 노력과 공부 끝에 본성을 깨달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황앵지상일성성 (黃鶯枝上一聲聲)
일난풍화안류청 (日暖風和岸柳淸)
지차갱무회피처 (只此更無回避處)
삼삼두각화난성 (森森頭角畵難成)
노란 꾀꼬리 가지 위에서 지저귀고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부드러운데 강가 언덕엔 푸른 버들
이곳을 마다하고 어디로 갈거나
늠름한 쇠뿔은 그리기가 어려워라.
"지저귀는 꾀꼬리와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푸른 버들, 물을 벗 삼는 아리따운 물새, 모두 법문을 설하고 있지 않은가? 산은 흰 구름을 두르고 물은 달을 담았으니 하나하나가 소의 오묘한 자태라서 붓으로 표현할 수가 없구나."
견우! 찾아 나섰던 소를 보았습니다. 즉 진심(眞心)을 보았지요. 그러나 실상은 내가 소를 보았다기보다는 소가 그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가 곧 자신이라 한다면 찾는 자가 바로 찾는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운문사 오백전 벽화 '견우'(사진)를 보면, 화면 좌측 근경에 고삐를 잡은 홍의(紅衣)의 동자가 우측의 나뭇가지 숲에서 뒤로 반쯤 모습을 드러낸 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심우도는 이와 같이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다른 절의 벽화를 보면 간혹 어떤 것은 소의 머리 부분이 그려진 경우가 있고, 어떤 것은 도판에서 보는 것같이 소의 뒷부분이 그려진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는 게송의 ‘두각(頭角)’이라는 표현에 의거하여 그려진 것이고, 후자는 ‘그리기가 어려워라’는 게송의 내용에 따라 소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후자의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려진 부분이 이렇게 다르긴 해도 ‘견우’라는 그 의미에 상반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 물에는 짠맛이 있으나 보기만 해서는 모르고 맛을 보아야 짠지 아닌지 알수 있듯, 그림의 색깔만 보아서는 그 그림을 채색할 때 아교가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 알 수 없고, 자기가 직접 그림을 그려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즉 본성을 찾기 위한 선은 남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자기가 직접 체험해야만 깨칠 수 있고 본성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