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기우귀가'에서는 소와 동자가 하나가 되어 본가(本家: 곧 본래의 성품)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귀가는 귀근(歸根), 귀원(歸源), 귀진(歸眞), 귀일(歸一) 등과 같은 말로서 원효대사께서 일심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歸一心源]이라 한 것과도 같다 하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전등록傳燈錄』 제9권 복주대안(福洲大安) 선사의 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안스님이 백장스님 계신 곳에 가서 예를 올리고 물었습니다. “학인이 부처를 알고자 하는데 어느 것입니까?”
백장스님이 말하기를 “흡사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 같구나.”
스님이 말했습니다. “안 뒤에는 어떠합니까?”
백장스님이 말했습니다. “소를 타고 집에 이르는 것과 같다.”
스님이 물었습니다. “처음과 마지막에 어떻게 보림(保任)해야 합니까?”
백장스님이 말했습니다. “소 먹이는 사람이 채찍을 들고 지켜보아 남의 곡식밭에 들지 않게 하는 것 같느니라.”
이 말을 듣고 스님은 깊은 뜻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기우귀가' 벽화에서는 길들여진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돌아오는 모습(사진)입니다. 근경의 숲 너머로 흰 소를 탄 동자가 피리를 불며 집[本性]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뒤로 멀리 원경이 펼쳐지면서 화면의 구도를 안정시키고 있지요.
기우이려욕환가 (騎牛迤麗欲還家)
강적성성송만하 (羌笛聲聲送晩霞)
일박일가무한의 (一拍一歌無限意)
지음하필고진아 (知音何必鼓唇牙)
소를 타고 유유히 집으로 향하니
흥겨운 피리 소리 마디마디 저녁노을에 실려 간다.
한 박자 한 가락이 한량없는 뜻이려니
아는 이여,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랴.
“등 위에 사람 없는 소, 무릎 아래 소 없는 사람. 이제 유유히 참 근원으로 돌아가니 소박한 가락이 노을과 나란히 가고 물과 하늘이 한 빛깔이다. 노래 한 곡조와 노래 한 가락이 만물의 근원이니 이는 줄 없는 거문고의 비밀스런 곡조일세.”라 다시 이르고 있습니다.
갈등이나 투쟁이 끝날 무렵 모든 것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둘 모두 하나로 흡수되어 사라졌습니다. 이제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방황하면서 헤맨 것도 성장의 일부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원성이 사라진 경계를 '기우귀가'는 소와 동자가 하나가 되어 본가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그려 그 의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피리를 불며 본가로 돌아오는데, 이때의 소는 완전히 흰색으로서 특별히 지시를 하지 않아도 동자와 일체가 되어서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피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가히 육안으로 살필 수 없는 본성의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미 본성을 찾았으니 모든 것이 완숙하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몸을 소 등에 올려놓고 하늘을 쳐다보니, 소는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잡아당겨도 서지 않으며 오직 본향을 말없이 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