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찰의 본당(本堂) 외벽에는 팔상도와 심우도가 그려집니다. 망월사의 경우도 대웅보전 외벽에는 팔상도가 그려져 있고 극락보전에는 심우도가 있습니다. 이는 팔상도가 가지는 교화적 가르침과 심우도가 일깨우는 자신의 본래면목에 대한 성찰은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요약하여 일컫는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上求菩提]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下化衆生]’는 가르침의 시각적 구현이라 할 것입니다.
심우도의 일곱 번째 벽화인 망우존인(사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소는 간 데 없고 오직 자기 혼자만 남아 있는 것을 그렸습니다. 그림과 함께 게송과 해설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우이득도가산 (騎牛已得到家山)
우야공혜인야한 (牛也空兮人也閑)
홍일삼간유작몽 (紅日三竿猶作夢)
편승공돈초당간 (鞭繩空頓草堂間)
소를 타고 이미 고향집에 이르렀으니
소 또한 공하고 사람까지 한가롭네.
붉은 해 높이 솟아도 여전히 꿈꾸는 것 같으니
채찍과 고삐는 초당에 부질없이 놓여 있네.
“잃을 것도 얻음도 없는 고향으로 돌아오니 맑은 바람이 밝은 달을 버리고 밝은 달이 맑은 물을 버리듯, 소는 더 이상 필요 없고 사람 또한 할 일 없네. 아침이 되어 해가 솟아도 여전히 꿈속이다.”라는 의미로 풀어 볼 수 있습니다.
앞의 단계에서 소를 발견하고[見牛], 소를 붙들고[得牛], 소를 잘 길들이고[牧牛],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騎牛歸家]. 그러나 제7단계는 집에 아주 돌아와 버린 단계입니다. 그래서 '망우존인'은 '도가망우(到家忘牛)'라고도 불립니다. 도가(到家)란 집에 도달했음을 뜻합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소를 찾아 나섰던 일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죠. 이제 채찍[각성]과 고삐[수양]는 필요치 않습니다. 각성과 수양 등의 구분도 물거품같이 사라지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하나 됨 속에는 소를 찾았다는 생각 그것마저도 지워진 경계라 할 것입니다.
자성(自性)을 찾기 위한 여행을 처음 떠날 때는 필요했으나 이제 그것마저도 초월합니다. 그래서 일곱 번째 '망우존인'에 이르러 사람과 소가 별개가 아님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몸과 마음으로 분리시키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몸이 건강하다면 우리는 어떤 육체적인 감각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마치 몸이 없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몸의 어딘가가 아프다면 곧 몸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우리가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나의 삶이 하나로 화음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무엇인가 불협화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스스로 분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졌을 때, 즉 화음을 이루고 있을 때 모든 구분은 초월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게송에서 “고향집에 이르렀다.”고 한 것입니다. 고향집에 이르렀음은 현상적인 삶과 나 자신의 근원이 서로 만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서(序)에서 법무이법(法無二法)이라 하였습니다.
깨달음의 한줄기 빛이 영원한 위음왕불(威音王佛) 밖의 세계까지 밝게 비춥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