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십우도의 아홉 번째인 '반본환원(返本還源)'입니다. '반본환원'에는 소도 없고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텅 빈 상태도 아닌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사진). 벽화를 보고 게송과 함께 해설을 통해 그 의미를 새겨 보겠습니다.
반본환원이비공 (返本還源已費功)
쟁여직하약맹롱 (爭如直下若盲聾)
암중불견암전물 (庵中不見庵前物)
수자망망화자홍 (水自茫茫花自紅)
근본으로 돌아오고자 무척이나 공을 들였구나.
그러나 어찌 그냥 귀머거리 장님 됨만 같으랴.
암자 속에 앉아 암자 밖의 사물 보지 않나니
물은 절로 아득하고 꽃은 절로 붉구나.
"진정 근원으로 돌아와 보니,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네. 소를 찾아 나선 이래 한 생각 한 생각이 오히려 소의 모습 아니었던가? 보지 않으면 안팎을 함께 보지 않고, 보면 전체를 보나니 기이할 것 아무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네."라는 의미로 풀어 볼 수 있습니다.
'반본환원'은 있는 그대로의 수록산청(水綠山靑) 산수 정경을 그렸습니다. 이는 『오등회원(五燈會元)』에 나오는 청원유신(靑原惟信)의 장(章)에, “아직 참선하지 않을 때, 산을 보면 산이요, 물을 보면 물이었다. 나중에 참선을 하고 깨달음을 얻은 뒤에 산을 보니 산이 아니요, 물을 보니 물이 아니게끔 되었다. 그런데 이제 마지막 궁극적인 자리를 알고 나서 다시 산과 물을 보니 여전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구절이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본심은 본래 청정하여 아무 번뇌가 없어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얻었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반본환원' 벽화는 이렇게 순수한 공(空)일 때 있는 것은 무엇이나 진실이 된다는 가르침을 시각화해 놓은 것입니다. 즉 “나무는 산을 흉내 내지 않고, 흐르는 물은 붉은 꽃을 질투하지 않는다.”라는 구절과 같이 나무와 꽃들, 흐르는 물과 산들은 이미 자신의 참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조 승찬(僧璨) 스님은 “좋고 싫음과 같은 갈등이 마음의 병이다. 나 자신이 그것을 어렵게 했지 위대한 도는 쉬운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인간이 참된 본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되고자 하는 뿌리 깊은 욕망이 장애물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없습니다. 오직 자신으로만 존재할 수 있음을 '반본환원' 벽화는 있는 그대로의 산수를 그려서 그 내용과 형식을 전달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조그마한 번뇌도 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상징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