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입문

제목 망월사 극락보전 외벽화, 심우도: 8. 인우구망(人牛俱忘), 사람도 소도 다 잊다
작성일자 2023-07-12
조회수 295
<망월사 극락보전 외벽화, 심우도: 8. 인우구망(人牛俱忘), 사람도 소도 다 잊다>

여덟 번째 인우구망(人牛俱忘)에서는 ‘망우존인(忘牛存人)’에서 남아 있던 사람의 모습도 없이 모두 다 텅 비어 있습니다. 이를 벽화로 나타낼 때는 오롯하게 일원상(一圓相)으로만 그리거나 혹은 우리 망월사 극락보전 벽화(사진)와 같이 배경에 구름을 넣거나 산수풍경을 그려 넣어서 단조로움을 피하고 운치를 살리기도 합니다.

'인우구망'은 소를 잊은 다음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는 상태로, 객관적인 소를 잊었으면 이번에는 주관적인 자신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원상은 주객분리 이전의 상태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송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편삭인우진속공 (鞭索人牛盡屬空)
벽천요활신난통 (碧天遼闊信難通)
홍로염상쟁용설 (紅爐焰上爭容雪)
도차방능합조종 (到此方能合祖宗)

채찍과 고삐 사람과 소 모두 비어 있으니
푸른 허공만 아득히 펼쳐져 소식 전하기 어렵구나.
붉은 화로의 불이 어찌 눈(雪)을 용납하리오
이 경지 이르러야 조사의 마음과 합치게 되리.


즉, "본심(本心)의 바다 위에 한 점 티끌도 없고, 한 조각의 물결도 없네. 수행도 깨달음도 자기도 세계도 없으니, 어찌 붓을 들겠는가? 천만 가지 분별이 붉은 화로 위의 한 점 눈이라 한 티끌의 그림자도 남기지 않네."라고 풀어 볼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인 '인우구망'에서는 위의 언급처럼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습니다. 소도 없고 소를 찾는 이도 없습니다. 채찍, 소, 사람 모두가 사라져 버리고 텅 비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서(序)에는 “범부의 정도 성인의 뜻도 다 비웠다. 부처님 계신 곳이라 좋아라 노닐 필요도 없고 부처님 안 계신 곳에선 급히 지나가 버려라. 어느 쪽에도 끄달리지 않으니 천안(天眼)으로도 눈치 채기 힘들어라. 백조가 꽃을 물고 와 공양을 바친들 한바탕 부끄러운 짓거리일세.”라고 이르고 있습니다. 즉 정(情)을 잊고 세상의 물(物)을 버려 공(空)에 이르렀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내 밖에 찾아야 할 무엇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내가 여태껏 찾아 헤매 왔던 그것이었습니다. 찾는 자가 찾고 있는 것이었죠. 일원상이 나의 본성이며 모든 것과 하나입니다. 이것의 이름이 공이었으며 한계가 없는 우리의 근원입니다.

이러한 경계를 화답송(和答頌)에서 석고희이(石鼓希夷) 화상이, “중생계가 이미 텅 비었구나.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할 수가 있을까. 뒤따라오는 사람 없고 앞에 먼저 간 사람도 없으니 도대체 누구에게 이 종지 이을 것을 부탁할거나.”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심우도가 말해 주는 모든 것 중 불성 또는 참나를 찾는다는 것은 관념적인 것이 아닌 실존적인 것이라는 가르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주워 모은 정보나 이미 주어진, 공식화되고 화석화된 해답이 아니라 심지어 경전에서 빌려 온 것조차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오른 해답만이 깨달음의 상태로 이끌 수 있음을 설하고 있습니다.

석두(石頭, 700~790) 스님에게 제자인 도오(道悟) 스님이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네가 그것을 스스로 경험해 보지 않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한 것이 곧 이를 말합니다. 어떤 주어진 해답이 아닌 하나의 깨달음, 하나의 실존적인 경험이 자기 존재의 중심에 이르는 길임을 심우도는 시각화된 언어인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죠.

석존께서는 사문유관(四門游觀)을 통해 늙음·병듦·죽음을 보셨습니다. 자신은 물론 누구나 다 그러하다면 삶 전체가 속절없음을, 죽음으로 끝나는 삶은 참된 삶이라고 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유성출가(踰城出家)를 하신 것입니다. 즉 소를 찾는 것은 곧 참된 삶을 찾는 것입니다. 삶은 그것이 영원할 때 참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꿈과 삶 사이에 다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심우도는 이렇게 불생불멸하는 생명의 실상을 깨치고 체득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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